마크 더필드는 서구 인도주의가 수십 년 동안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서아시아 지역에서 힘을 키우는 동안, 빈곤과 개발 실패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며 오히려 제국주의 질서를 재확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NGO들이 인명 구조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과잉 사망률을 "규제"하며 국가 권력의 부재를 은폐했고, 구조적 빈곤과 폭력의 정치적 맥락을 지워버렸다고 주장한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확산되고 구소련이 몰락하면서 NGO들은 탈정치화된 '생명 구호' 명분 아래, 식민주의적 개입을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조기경보 체계로 대체하며 새로운 형태의 네오콜로니얼 통치를 수행했다. 더필드는 오늘날까지도 서구 인도주의가 그 자체로 억압 구조를 재생산하며, 억압받는 이들의 실질적 투쟁사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기술과 개입 수단만을 미화하는 자서사(narratives of self-celebration)만을 남겼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 가격 담합 혐의로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재를 받은 석유 업계 경영진 두 명에게 규제 철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OPEC과의 공모를 통해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조작한 혐의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바이든 정부 하에서는 기업 이사회 참여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이후, 트럼프 측 FTC 위원장 앤드루 퍼거슨은 해당 제재 조치가 “불법”이라 주장하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는 정치적 보상성 규제 완화로 비판받고 있으며, 현재 상원과 법무부 차원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반면, 평생 더 많은 건강 문제를 겪는다는 ‘사망률-이환율의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프랑스 연구팀은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서로 다른 사회 조직(부계, 모계, 인지적 계보)을 비교 분석하는 에피젠더(EpiGender)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성 규범과 거주 방식 같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스트레스 지표와 후생유전학(에피제네틱) 자료를 결합해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건강 격차는 생물학을 넘어 사회 구조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조직 구조에 따라 유전 발현 수준까지 달라질 수 있음을 탐색하고 있다.
1945년 5월 8일, 프랑스가 나치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던 날, 알제리에서는 프랑스 당국이 독립을 요구하던 평화 행진을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최대 3만 명에 이르는 알제리인이 학살되었다. 이 사건은 식민주의적 폭력의 연장이자 독립운동의 씨앗을 억누른 계기였으며, 진상규명과 공식 인정은 여전히 미진하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집단 학살은 프랑스-알제리 간 역사 기억에서 오랫동안 음지에 있었으며, 진정한 화해와 공동의 역사 인식을 위한 구조적 노력과 기억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스페인의 민주주의 이행을 일컫는 '전환기(La Transición)'는 프랑코 사망 이후 1982년까지의 정치적 전환을 둘러싸고, 영웅적 서사와 기만적 체제 유지라는 상반된 해석이 공존해 왔다. 하나는 국왕과 수아레스 등의 엘리트 주도 아래 평화적 합의와 국민 화해가 이뤄졌다는 '신화적'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한 단절 없이 프랑코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했다는 '반신화'적 비판이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이 과정을 개방적이고 갈등적인 현실의 산물로 보고 있으며, 지나치게 단순화된 대중 서사에서 벗어나 비판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5년 M23 반군의 동부 콩고 점령 이후, 여성과 소녀들은 대규모 성폭력과 강제 이주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터뷰에 응한 난민 여성 97%가 성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반군뿐 아니라 콩고군, 민병대, 민간인까지 다양하며, 국제 평화군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지속적인 분쟁과 반복되는 이주는 생존자 지원과 책임자 처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여성 참여를 포함한 즉각적인 휴전과 인도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
소말리아의 농업·축산 수출은 기후변화와 내전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며, 지난 30년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 평균기온 1% 상승은 농업 수출을 약 8.37%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과 충돌로 인해 수출 품목이 줄고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자국 식량조차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경제적·영양학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 회복력 있는 농업 정책, 수출 다변화, 분쟁 해소, 시장 접근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025년 호주와 캐나다 보수 정당의 동시 참패는 도널드 트럼프의 영향도 있었지만, 특히 호주의 피터 더튼은 더 큰 전략적 실패를 범했다. 캐나다 보수당은 패배했지만 표를 상당히 유지한 반면, 더튼은 문화 전쟁과 도시 유권자 무시에 집착하다 자유당의 역사적 대승을 자초했다. 글로벌 우파 포퓰리즘 물결 속에서도 더튼의 선택과 실책은 트럼프 이상의 책임을 지닌다.
중국이 마오쩌둥의 『지구전(On Protracted War)』을 인용하며 미중 무역전쟁을 장기전으로 규정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단기적 압박 전략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은 빠른 승리를 기대했지만, 중국은 국민의 인내력과 제도적 대안 구축을 통해 장기적으로 유리한 협상 지점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 측 협상가들이 중국의 역사와 전략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접근한다면, 이 무역전은 미국에 더 큰 비용과 정치적 손실을 남길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와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 속에서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 방위 백서를 통해 향후 4년간 8,000억 유로 규모의 국방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러시아산 가스 의존 탈피와 CPTPP와의 무역 협력 확대도 모색 중이다. 미국과의 전통적 안보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유럽은 독립적인 안보 및 경제 역량을 강화해 다극화된 세계에서 주체적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