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유럽연합은 25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를 열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에 대한 비난은 물론, EU의 30개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장벽 보고서를 내는 등 G20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 “보호무역 조치 더 늘었다”
EU 집행위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10년 9월까지 2년 동안 EU의 30개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제한 조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EU는 이 보고서에서, 이 기간 동안 총 332건의 보호무역 조치가 있었고 올해 5월부터 9월까지만 66건의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가 발생했으며, 단지 10%에 불과한 37건이 폐지, 조정되었다고 밝혔다.
EU는 이러한 보호무역의 확대가 지난 G20 정상회의 선언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11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1년간 투자나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서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거나 새로운 수출제한조치나 WTO 협정에 반하는 수단들은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이어 2009년 4월 런던 정상회의에서 G20 회원국들은 이미 부과된 수단들을 “조정”하기로 했고, 2010년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이 서약을 2013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역제한 조치와 자국 산업보호 정책 등 보호무역이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EU는 보고서를 통해, 수입 면허 정책(Import Licensing System), 국산품 우선 구매(Buy National), 투자제한 등을 통해 보호무역이 확산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의 SSM 규제와 녹색성장 정책 등이 국산품 우선구매(Buy National)에 해당한다며 관련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SSM 규제가 서비스무역일반협정(GATS)을 이행할 한국의 의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녹색 뉴딜사업 추진을 위해 작년 4월 지식경제부가 국책사업에는 국산 재생가능에너지 제품을 구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국산품 우선구매(Buy National)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와 관련해서 EU는 독일 정부의 강력한 문제제기를 받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외국 사업자에 대한 차별”이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또한, EU는 중국에 대한 정부조달협정(GPA) 체결을 요구하고 나설 예정이다. 중국은 공공사업 계약에 응찰하는 기업에 중국에서 상표와 기술을 등록한 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27일 제출된 EU의 2020년 주요 무역전략의 하나로 정부조달분야에서 EU기업을 위한 공정한 계약을 요구하기로 했다.
G20 서울정상회의 가는 길은 가시밭길
이와 같은 EU의 공세적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으나, 지난 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 속도를 높이고 있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IMF 순위에서 중국이 미국, 일본 다음인 3위로 올라서며 유럽이 밀리고, 유럽에 할당된 IMF 이사 중 2명을 신흥국에 양도키로 하는 등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세의 수위가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호무역주의 철폐를 외치는 EU도 수입규제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낙농, 유제품에 대한 수출보조금을 다시 지급하고 있고 유럽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농업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로 남아 있다.
또한, 최근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완화하는 법안을 상정해 수입제한 조치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보기에 따라서 유럽연합이 취하고 있는 환경규제나 기술표준도 일종의 비관세 장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WTO에 따르면, 기술규제는 2008년 1,251건, 2009년 1490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9월말 현재 1108건을 기록해 작년 수준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WTO에 반덤핑 혐의로 제소된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주로 개도국간에 이루어지는 분쟁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상호 제소와 같이 쌍방간 무역보복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늘어났다.
따라서 각국이 쌍방간에 WTO에 협정위반으로 제소하는 것이 자유무역의 확대를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각국이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치고 있지만 경제위기의 확산 속에서 수입규제조치는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를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풀어가자는 목소리도 늘고 있지만, 지난 G20 정상회의와 같이 공염불인 선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더 높다.
환율전쟁의 불씨가 남아있고, 희토류 등 자원확보 분쟁도 국제화 되고 있다. 여기에 보호무역 문제까지 풀어야 하는 G20 서울정상회의의 앞날은 갑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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