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정상회의가 환율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중국과 브라질을 필두로 대다수 신흥국들이 반발하고 일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공동대응과 보복조치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WTO 등이 발표한 공동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하는 등 G20 정상회의가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간 갈등과 환율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등이 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미국은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 중에 하나인 중국은 당장 긴축의 고삐를 더 죌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23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화 유동성도 높아져 지난달 19일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미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 직후 중국 인민은행의 샤빈 통화정책위원은 ‘중국금융’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양적완화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달러화 같은 국제통화가 제한 없이 발행된다면 또 다른 위기의 발생은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정책적 방화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왕전쭝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일본 등 선진국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쫓아갈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로 인해 형성되는 자산버블, 유동성 핫머니는 개도국에게 매우 우려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왕 부소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양적완화 확대로 인해 핫머니 유입에 대비 더 강한 긴축정책을 펴나갈 수밖에 없다. 연내 추가로 지급준비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금리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학자들은 내년말까지 3, 4회의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라질, “미국은 보복조치 당할 것” 경고
아시아 국가, 미국에 공동대응 움직임 확산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 직후인 3일(현지시간)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는 합동기자회견에서 “브라질 헤알화의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강력히 따질 것이라고 경고 했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미국경제가 회복되기를 모든 사람이 바라지만,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려대는 것은 쓸모없는 짓”이라면서 “유일한 성과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미국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나아가 같은날 바랄 브라질 통산산업개발부 차관은 이번 조치를 “주변 국가들을 빈곤하게 만드는 정책(근린궁핍화정책)”이라며 “(미국은) 보복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또한, 인도 재무부의 한 관리는 “미국이 자국 경제를 부양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 다른 국가들도 각자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G20회의에서 환율 합의는 양쪽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과 인도는 미국의 양적완화로 핫머니 유입은 물론 자국 통화가지 절상과 물가 급등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지난해부터 달러대비 39%나 올랐으며 지난달 토빈세 성격의 금융거래세를 세율 2%에서 4%, 6%로 두차례나 연거푸 인상했다. 인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초에 15%까지 급등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인도는 무려 5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도 드세다. 태국의 차티카와닛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투기 자본의 아시아 유입을 막는 데 필요할 경우 공동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밝혀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공동대응 입장도 밝혔다.
FT는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자국 시장에 인플레이션을 몰고 올 것을 우려해 인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홍콩, 필리핀, 뉴질랜드 등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강구중이라고 보도했다.
WTO, OECD, UNCTAD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한편, 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등 3개 국제기구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 환율을 둘러싼 긴장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WTO와 OECD, UNCTAD는 4일 G20이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위해 위탁한 보고서에서 무역 장벽 구축을 통해 국내 산업을 해외와 경쟁에서 지키려는 정부에 대한 압력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외환 시장의 심한 변동”과 “환율에 의한 비교 우위를 의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일부 정부의 행동을 통해 “세계경제에 훨씬 높은 위험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전쟁, G20을 둘러싼 역학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인해 신흥국과 미국의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영국과 유럽은 4일(현지시간)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하지 않고 금리만 동결 시켰다. 영국은 0.5%, 유럽은 1%로 각각 기준금리를 동결,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도 5일 일본은행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존에 결정했던 5조엔 규모의 기금으로 국채매입에 나서는 것 외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역시 금리를 동결했다.
유럽과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환율전쟁의 책임을 미국과 중국에 지우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를 취하지 않고 금리만 동결시킴으로써 일단 현재의 미.중 간에 조성된 환율갈등 구도를 더 분명히 해 나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이런 태도를 소극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지난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 이후 IMF 지분 개혁을 놓고 유럽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중국 등에 정부조달부문에 대한 개방요구도 거세게 진행할 예정이라서 자칫 불똥이 G20의 다른 의제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본은 언제든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고, 영국도 추가 완화조치가 연내에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양적완화 조치의 확대기조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을 대표로 하는 국가들은 G20 서울정상에서 미국의 책임을 분명히 따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럽국가와 일본 등은 미.중 양자 책임론을 중심으로 대응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과 의장국인 한국을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제한을 시도하려는 움직임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규제 흐름 △유럽, 일본 등 관망세력으로 나뉘어 G20이 각국의 이해관계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쟁의 장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WTO 등 국제기구까지 공식적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고한 가운데 G20에 해법마련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다.
결국 FT가 전망한대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제한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이고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의 “휴전합의”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큰 갈등이 유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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