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KEC 단협, 감축과 물량압박으로 '노조무력화'

[복수노조 기획](3) 제2노조와 단협 체결한 유성기업과 KEC

유성기업과 (주)KEC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활용해 민주노조 무력화와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일방적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사업장은 민주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사측이 복수노조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곳이다.

이 두 사업장은 복수노조 시행 이전까지 금속노조 소속 민주노조만 있었다. 하지만 두 사업장은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직장폐쇄 후 용역 투입과 친기업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속칭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거치며 교섭권을 빼앗겼다. 친기업 성향 노조가 들어선 후 맺은 임금단체협약은 노조활동 축소, 임금 삭감안 등을 담고 있다.

직장폐쇄 1년, 복수노조 들어선 KEC
‘경영위기’로 감축과 외주화 압박하며 현장 재편


[출처: 뉴스민]

경북 구미에 위치한 KEC는 2010년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금속노조 KEC지회가 파업을 벌이자 6월 30일 650여 명의 용역을 투입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후 지회가 타임오프 문제 등 핵심 요구안을 철회했음에도 회사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지회는 10월 21일 1공장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사측은 1년이 지난 2011년 6월 13일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사측의 직장폐쇄 철회는 복수노조법 시행 시점과 교묘하게 맞물린다. 복수노조법 시행은 기존 노조에 불만이 있는 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외피를 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측이 어용노조 설립에 개입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데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EC노동조합은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과 동시에 설립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법원에서 KEC지회가 대표교섭노조임을 인정한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사측이 교섭에 응하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진전이 없는 상태로 시간은 흘러갔다.

직장폐쇄 철회, 복수노조 설립 이후 사측은 파업 참가 조합원 180명을 파업 가담 정도에 따라 분류해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히고 묵언수행, 반성문 작성 등 반인권적 교육을 진행했다. 금속노조 탈퇴도 종용했다.

2011년 대구고용노동청 국정감사 당시 △파업자 전원 퇴직 원칙 △자발적 퇴직자 기준 미달일 경우 인력 구조조정 단행 △친기업 성향의 노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회사 측 문건이 공개됐고, 이에 앞서 국정원 개입 의혹이 드러난 문서도 공개된 바 있다. 이후 KEC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지회에 인원감축안을 논의하자는 공문을 보내왔다.

KEC지회는 인원감축안이 노조무력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2월 사측은 KEC지회 조합원 75명에 대해서만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사측은 ‘경영위기 극복 및 해고 회피를 위한 회사 수정제시안’으로 △상여금 300% 삭감 △3조3교대를 2조2교대로 전환 △교대제 전환으로 인한 여유인력 순환무급휴직 실시 △고정O/T 폐지 △3년간 고용보장 △기존 단체협약 및 부속합의서, 취업규칙을 위 내용으로 변경 등을 해고 회피 안으로 제시했다.

5월 31일 사측은 정리해고 조합원 75명에 전원 복직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는 사측의 꼼수였다. 사측은 친기업성향 노조와의 단협을 통해 해고 회피 안으로 내놓은 내용을 대부분 관철시켰다.

사측은 개별교섭을 이어오다 KEC노조와 7월 25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안과 부속합의서(경영위기 극복과 고용안정을 위한 협정서)는 △상여금 300% 삭감 △조합활동 축소 △교섭창구 단일화 △사내 전환 배치 등이 포함됐다. 2012년 7월 1일부터 적용된 교섭창구 단일화에 따라 과반이 넘는 KEC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됐기 때문이다. KEC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교섭 당시 사측 교섭위원이 KEC노조를 두고 “우리노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KEC지회 관계자는 “사측은 인권침해 논란이 여론화되니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동자 간의 차별을 조장한다”며 “현장 관리자들이 어느 노조 소속이냐에 따라 말투나 대우가 다르다. 회식할 때도 지회 조합원들을 제외한다”고 말했다.

KEC지회에 따르면 현재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이 150명, KEC노조 조합원이 330명이다. KEC노조는 단협 체결 당시보다 조합원 숫자가 더 줄었다. KEC노조 설립 당시 조합원은 700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KEC지회 조합원 수는 큰 변동이 없다.

김성훈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어용노조가 단체협약 논의 진행 과정뿐 아니라 결과도 공개하지 않다가 체결된 후 공지했다”며 교섭과정의 비민주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협안과 합의서는 KEC노조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각각 64.7%와 59.6%의 낮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김성훈 부지회장은 “회사의 강압에 못 이겨 찬성을 던졌지만 투표율은 낮았다”면서 “교섭창구단일화가 적용된 상황에서 복수노조는 민주노조 파괴 역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교섭대표권을 가지지 못한 KEC지회는 단체행동권, 파업권도 행사할 수 없다.

유성기업, 물량 압박과 노동강도 강화로 현장 재편
복수노조 설립으로 노조활동 축소 단협 체결


[출처: 미디어충청]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위치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지난해 5월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사측이 실지하지 않자 이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으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용역 투입과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 설립이 이어졌다.

어용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세를 불려온 새 노조는 지난 2월 조합원 과반을 넘기면서 교섭대표로 선정됐다. 사측 공장장이 돌아다니면서 “손배 가압류 빼주겠다”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하며 새 노조 가입을 종용했다. 교섭대표 노조 선정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관리직을 제외한 제조업 현장 조합원은 유성지회 289명으로 275명인 유성기업노조보다 많다. 유성기업노조에는 49명의 관리직이 포함돼 324명으로 과반을 넘겼다.

새로운 교섭 결과 유성기업은 노조활동이 대폭 축소됐다. 임금, 수당, 무쟁의기금 등을 향상했고 이에 반해 조합원 교육 축소, 확대간부 회의 축소, 전임자 축소, 라인 이동을 포함한 인사권이 기존 단체협약 안보다 후퇴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핵심은 인사권 축소와 고용불안을 증가시켜 노조활동을 축소시키는 것”이라며 사측의 현장재편을 비판했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단협 체결하는데 어용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이 반발하면 협박하고 직권조인했다”며 절차적 과정도 무시됐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복귀 후 첫날부터 생산량 압박을 줬다. 1년을 쉬다가 돌아온 사람인데 예전보다 노동 강도가 더 세져 정신적, 신체적 압박을 받았다”며 “생산량이 떨어지면 징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조활동 축소로 노동 강도는 강해졌다. 불만이 있어도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인사권 대부분을 빼앗기면서 현장 노동자들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그동안은 고정적인 라인에서 작업했으나, 사측이 시키는 대로 이동해 일하고 있다. 여기다 사측은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생계를 압박했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현재 기본급 체계로 살고 있다. 잔업 특근, 토요일 특근을 어용노조 쪽으로만 몰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물량이 없다는 게 이유지만 유성기업지회와 새 노조 사이에 차별을 줘 노조 탈퇴를 회유하는 셈이다. 주간 근무만 할 경우 세금 다 떼고 나면 한 달 기본급이 100만 원도 안 된다. 월급보다 보너스가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유성기업 영동공장은 고용유지금을 받았다. 지회 관계자는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순환휴직, 인원감축 등 지속적인 노조무력화 카드를 만들고 있는 상태다.

[복수노조 기획](4)에서는 공격적 직장폐쇄 후 집단적 금속노조 탈퇴를 진행한 발레오만도와 상신브레이크의 사측 지배개입과 현장 재편 현황을 다룬다. 더불어, 복수노조법에 대한 이들 노조의 입장을 다룰 예정이다. (뉴스민, 참세상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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