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사망사고는 산업재해 아닌 교통사고?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조사 실시해야”

지난 10월 15일 거제 삼성중공업 사내에서 25톤 트럭과 자전거가 충돌해 자전거를 타고 가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7년 5월 1일 발생한 해양플랜트 크레인 사고 이후 삼성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사고 당시 25톤 트럭을 운전했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또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두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번 사고를 교통사고로 처리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경찰의 의견에 따라 이번 사고를 산업재해가 아니라 교통사고로 처리를 했다. 조선소 안에서 발생한 사고이기는 하지만 사내 도로에서 트럭과 자전거가 부딪친 사고이니 교통사고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산업재해로 처리하는 것과 교통사고로 처리하는 것은, ‘노동자 안전’의 관점에서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첫째, 산업재해로 처리하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중대재해조사를 해서 중대재해조사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교통사고로 처리를 하면 중대재해조사를 하지 않는다.

둘째, 산업재해로 처리하면 재해를 발생시킨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그것을 제거할 때까지 고용노동부가 부분적 또는 전면적인 작업중지명령을 내리지만, 교통사고로 처리하면 작업중지명령을 하지 않는다.

셋째, 산업재해로 처리하면 보통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일정 기간 특별안전감독을 해서 위험요소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조치하지만, 교통사고로 처리하면 특별안전감독을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차이만 살펴봐도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산업재해로 처리하느냐 교통사고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매우 크게 엇갈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5톤 트럭이 삼성중공업에 납품을 하러 온 차량이었으므로, 부분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졌더라도 최소한 위험요소가 제거될 때까지 모든 납품차량의 출입이 중지됐을 것이고 그에 따라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특별안전감독이 실시됐다면 어쨌든 그 결과 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 최소 수천만 원의 과태료나 벌금을 내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규제와 처벌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안전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조사를 하는 것도, 작업중지명령을 내리는 것도, 특별안전감독을 하는 것도 사용자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중대재해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방해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함이다. 특히 중대재해조사보고서에는 산재 사고에 대한 가장 풍부한 조사내용과 원인분석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중대재해조사는 재발방지와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노동자의 목숨 달린 일...중대재해조사 실시해야

이번 삼성중공업 사망사고의 경우 고인이 된 납품차량 운전자가 삼성중공업 안의 지리를 잘 몰랐던 것이 사고의 한 요인이라고 알려졌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똑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삼성중공업이 납품차량 안전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또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중공업 안에는 하루에도 수십 대의 대형 납품차량이 드나드는데, 만약 다른 운전자 중에서도 삼성중공업 사내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는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산재예방지도과에 문의를 했다. 설사 이번 사고를 산업재해가 아니라 교통사고로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중대재해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교통사고일 경우 경찰의 담당업무이지 고용노동부의 담당업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산재예방지도과의 주 업무가 말 그대로 ‘산재예방’ 아니냐고 묻자, 인원도 적고 업무도 과중해서 규정에 정해지지 않은 일까지 할 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 마디로, 규정에 정해진 것만 할 수 있을 뿐, 규정에도 없는 것을 알아서 나서서 할 수는 없다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복지부동 마인드이자 답변이었다.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일선 근로감독관의 판단만으로 규정에 없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두 명의 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노동자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언제까지 제도의 미비함만을 탓하고 자신의 할 일을 내팽개치고 있을 것인가.

고용노동부는 이번 삼성중공업 사망사고에 대해 다른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중대재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장 내 발생한 사망사고가 교통사고로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중대재해조사를 실시하도록 허술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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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동

    산재로 할것이냐,교통사고로 할것이냐 사고당한 사람 입장에선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그것이 회사측 삼성중공업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하는게 문제라 보인다. 사측의 영향력 아래서 납품기사는 한낫 협력사 노동자 한 명일 뿐이고 그것이 회사의 이익에 걸림돌이 될수 없다는 것. 그것을 강력히 항의할 사람이나 지지해줄 곳의 힘이 약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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