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후위기를 향해 돌진하는 정부를 멈춰 세우자!

[이슈] 우리가 414 기후정의파업에 나서는 이유


절벽 앞에 뚝 끊어진 철길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해 오는 기차를 보고 있다. 이 나라 정부가 하는 행태가 이 기차와 같다. 기후위기 앞에 무책임하고 이윤 앞에 맹목적이다. 공공성을 전제로 정책을 정당화하는 정부는 공론의 장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전문기관의 평가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국립공원을 해제해 공항을 짓는데 앞장서는 환경부, 사업 내용이나 환경영향평가 의견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손바닥 뒤집듯 협의 의견을 바꿔 공항 건설과 케이블카를 동의해주는 환경부를 어떻게 환경부라 부를 수 있을까. 환경부 스스로 환경영향평가가 생태 파괴적인 개발 사업의 형식적 요건을 갖춰주는 면죄부라 공표하는 셈이다. 지난 3월 14일에는 환경부의 직무 유기에 분노한 환경단체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국토부는 전국에 10개나 신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6차 공항개발계획을 세워 놓았다. 공항을 짓겠다는 곳은 제주 성산뿐 아니라 가덕도와 흑산도, 새만금 수라갯벌 등으로 철새도래지를 포함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들이다. 기후 위기 속에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인 항공 운송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단거리 노선을 없애거나 기존 공항을 폐쇄해야 마땅하다. 수십조 원을 들여 전국에 적자 공항을 양산하게 될 신공항 건설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개발 사업이다.

산업부는 또 어떤가. 산업부는 3월 21일 공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에서 탄소배출 책임이 가장 큰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낮추어주는 등 자본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 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오히려 줄이고, 원전을 탈탄소 녹색 에너지로 둔갑시켜 2030년까지 32.4%로 원전발전 비중을 높이는 한편, 강릉·삼척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414 기후정의파업은 기후위기를 향해 돌진하는 정부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3만 5천여시민들은, 기후위기에 직면해 화석연료에 기반한 생명파괴와 불평등 체제를 지속해서는 살 수 없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날 광장에서 시민들은 기후위기 앞에 행동해야 한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얻었다. 924 행진은 다양한 연령, 계층, 단체 등이 어우러진 대규모 기후 행동을 가시화하고, 전 사회적 의제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기후정의와 체제전환이라는 담론이 다소 추상적이고, 시민들의 삶과 연결되는 변화의 구체적인 방향을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414 기후정의파업은 924 행진의 성과를 토대로 한발 더 나아가 기후위기의 피해가 편중되는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을 구체화하고, 전국의 생태학살 개발 사업을 중단하라는 투쟁의 요구를 모아내 정부를 압박하고자 기획됐다.


우리는 왜 세종에서 모이나

정부의 반기후적 행위에 제동을 거는 직접적인 행동의 대상은 국토부, 산업부, 환경부 등 중앙정부의 주요 부처들이다. 이 관료체제는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추진되는 에너지, 산업, 교통 계획 등을 수립한다. 정부의 정책과 사업들은 자본의 이익을 충실히 보장하고,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414 기후정의파업은 일상적인 반기후정책이 기획되고 추진되는 세종 정부청사로 투쟁의 초점을 집중한다. 평일 행정부처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시간에 우리의 분노를 전달하고 정부의 행위에 제동을 건다는 목적을 위해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을 멈추고 파업의 형태로 대정부 행동에 참가할 것이다.

414 기후정의파업은 전국의 반기후, 반개발 투쟁을 하나로 연결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정의로운 해결방법을 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라’,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추라’는 2대 방향에서 제시하고 있다.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자는 주장의 배경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과 별개로 부정의하게 전가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최근의 에너지 위기도 대기업에는 초과이윤으로, 시민들에게는 난방비 폭탄으로 돌아왔다. 기후위기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책임을 묻고,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에너지와 주거, 대중교통의 이용은 시민들의 기본권이자 공공재로서 사회적으로 통제되고, 모든 시민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추라는 요구에는 전국 곳곳에서 개발 사업에 맞서 싸우는 투쟁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산업단지와 대규모 택지개발, 그린벨트 해제 권한의 지자체 이양 등은 모두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포장하지만, 실상 기업의 이윤 추구를 보장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개발 사업들은 농지를 없애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내쫓고 공동체를 파괴하며, 무수한 생명들을 학살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414 기후정의파업은 바로 이러한 투쟁들이 기후붕괴에 맞서는 하나의 싸움으로 연결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 걸음 더…기후정의파업으로

평일, 일상을 멈추고 사회적 파업을 통해 정부에 직접 맞서자는 기획은 기존의 기후행동과는 다르다. 평일의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것은 조직위의 출범자리에서부터 예상되고 우려를 낳기도 했다. 노동자는 연차를 내고, 학생들은 학교를 안 가고, 자영업자는 하루 가게를 닫고 세종으로 가는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를 멈춤으로써 기후위기를 향해 돌진하는 정부를 멈춰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우리가 414 파업을 추진하는 동력이자 믿음이다. 지금 당장 이 흐름을 끊고 멈춰 세우지 않으면 방향을 돌릴 수 없다는 절박함 말이다. 그 절박함이 4월 14일을 향해 물결을 이루어 나가며 전국 300여 개 단체, 3천여 명의 추진위원으로 결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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