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대안으로서의 참여계획경제 논의

[맑스코뮤날레](경상대사회과학연구원) - 21세기 사회주의를 위한 대안적 경제전략

29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과 <마르크스주의연구>가 공동 주최한 “21세기 사회주의를 위한 대안적 경제전략”에는 세 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첫 번째로 장상환 교수가 '재생산 위기와 대안적 재정정책'을 발표했다. 장상환 교수는 복지 확충을 해야 하는데, 복지 확충이 어떤 경제적 영향을 가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성장이 되면 분배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는데, 현실은 경제 성장이 분배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복지 확대는 분배의 개선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상환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에 대한 이런 사정이 국가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장상환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가 재생산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가지 차원에서 재생산 위기인데, 첫째는 생산-분배-지출 순환의 위기이고 둘째는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즉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로 나타나는 위기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복지재정 확충은 세금을 높이거나 사회보장 기여금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야 하는데, 그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소개했다. 각 정당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한쪽에서는 증세(여당)를 주장하고 다른 쪽은 감세(한나라당)를 주장한다. 그런데 감세론자들은 기업 이윤이 높아지므로 나중에는 분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험을 보더라도 감세가 분배에 긍정적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복지국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이 복지국가에 도달했는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단순히 복지를 확대했다고 해서 복지국가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구에서는 복지국가에서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대량실업이 나타났다. 그 뒤로 압축적인 성장이 있었고, 모순도 압축적으로 발전해 왔다.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도 나타났다. 출생률의 하락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멕시코보다 낮을 정도로 열악하다. 국민들이 과도한 생명보험사 지출을 하고 사교육비로 높은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규모를 확대해야 하고 사회보장 기여금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공공복지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할 뿐 아니라 소득세율을 인상해야 한다. 그리고 참여예산제 같은 개혁 정책들이 필요하다.

토론자로 나온 김인식 민주노동당 중구위원회 위원장은 장상환 교수의 신자유주의 정책 비판에 충분한 지지를 보내고 또 재정과 조세개혁, 예산에 대한 (부분적) 통제를 통해 공적 영역을 확대해 재생산 위기를 해결하자는 취지에 공감을 보냈다.

하지만 자본가들에게 자본소득 과세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전략적으로 현재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조직노동자들이 사회보장 기여금을 더 많이 납부하겠다는 운동”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이런 논리는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가 내놓은 사회연대전략이다.

김인식 위원장은 진보정치연구소가 내놓은 사회연대전략이 수세적 후퇴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과 노동계급에 대한 양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노동계급이 취할 적절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의 논평에 대해 발표자와 토론자는 각을 세우며 공방을 벌였다. 이 논평에 대해 장상환 교수는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할 수 없다는 점과 노동자 계급 내부의 격차가 있다는 점을 들어 고소득자가 더 부담하는 것이 연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김인식 위원장은 노동계급 내부의 격차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만들어놓은 것이고 또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인데, 이를 마치 새로운 것처럼 언급하며 고소득 노동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청중석에서는 장상환 교수의 발표글에 OECD 국가 내에서도 노동자 부담과 사용자 부담의 비중이 크게 다른 사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계급투쟁의 결과이므로 한국의 사용자 부담이 선진국 수준이므로 더 양보할 여지가 없다고 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노동력 재생산 위기라고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로 보충되고 있기 때문에 재생산 위기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는 오히려 자본의 이동은 자유로운 데 비해 이주 노동자들의 이동은 그렇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이주 노동자들의 이동을 가로막는 규제 제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곽노완 연구교수는 기본소득제도를 통해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기본소득’은 ‘사회 전체 성원들에게 기본 생활비를 조건 없이 지불하라’는 주장"이라고 소개한 뒤 그 아이디어가 빠레이스나 판 더 벤에 의해 제기됐음을 설명했다. 그 뒤 베르너라는 자본가가 2006년에 연기금, 직접세 등의 폐지 및 소비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기본소득 논의가 확산됐음을 지적하며, 기본소득 논의 자체가 최신의 논의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빠레이스는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고 본 반면 베르너는 기본소득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차이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 담론은 자본주의의 폐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거나 부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곽노완 연구교수는 자본주의에 갇혀 있는 베르너 등의 기본소득 모델을 넘어서서 기존의 자본소득과 지대소득을 폐기하고 모든 사회 성원들에게 연령별로 균등 분배하는 ‘사회연대소득’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국의 경우 210조 원 이상 적립된 국민연금으로 상장 주식들을 사회화하는 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고, 공적자금이 투하된 은행을 완전히 사회화하고, 기존의 자본소득, 이자소득, 지대소득 등을 폐기하고 ‘사회연대소득’의 재원으로 모든 사회 성원들에게 연령별로 균등 분배할 경우 한국에서 1인당 49만 원을 매달 지급할 수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불로소득을 극대화하면서 사회의 생산력을 낭비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서, 필요에 따른 소득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의 생산력 발전을 뒷받침하는 ‘21세기 코뮨주의’의 경제적 조건을 성숙시키는 것임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온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은 사회연대소득이 구현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면서 논평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소득제도를 이행전략의 경로로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주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양도차익과 양도소득을 계속 추징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이를 관리하는 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적인 문제점임을 주장했다.

결국 오건호 정책전문위원은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사회주의로 이행할 때 주체 형성의 문제와 정치의 문제가 중요함을 지적하면서 자칫 곽노완 연구교수의 논의가 진보운동의 새로운 관념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나타냈다.

청중석에서는 이행의 전략에서 국가의 문제가 지적됐다. 곽노완 연구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확립하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평화롭게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청중은 자본주의의 생산 발전에서 볼 때 물질적 부가 사회주의로 나아가기에 충분히 많이 생산되는데, 코뮨이라는 공산주의 1단계에서 성과에 따른 분배를 가정한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마지막 발표자인 정성진 교수는 ‘21세기 한국경제와 참여계획경제 대안’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의 대안에 관한 논의들이 봇물처럼 3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다양한 논의들의 핵심 내용과 한계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진보진영의 대안경제 모델은 대부분 자본주의 개혁 모델이기는 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개혁주의 혹은 개량주의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전자는 개혁 그 자체가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자본주의 개혁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동구와 소련의 몰락이 초래한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론’의 수용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진 교수는 오늘날 진보진영 대다수가 공유하는 자본주의 개혁 모델이 실행가능성의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 또 이들 자본주의 개혁 모델과 신자유주의와의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점, 즉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 ‘사회적 자유주의’ 혹은 ‘좌파 신자유주의’ 등의 수사에서 보듯이, 현실에서 자본주의 개혁 모델은 신자유주의 모델과 수렴·융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케인스주의 및 자본주의 개혁 모델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비록 케인스주의를 받아들이는 진보개혁 세력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핵심은 신자유주의와 하등 다를 바 없음을 지적하면서, 스티글리츠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또 진보진영의 대안경제 모델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금융화론 및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이분법에 기초한 자본통제, 즉 ‘금융억압’ 논리는 생산자(산업자본)와 금융(자본) 사이의 대립으로 볼 뿐 아니라 산업자본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국제 카지노판을 벌이는 투기적 금융자본이 문제이며,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에 비해 진보적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홍기빈 씨는 금융화론을 주장하면서 “나라 살림살이의 관점”을 결론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외에도 진보적 경쟁력, 사회투자국가론 등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비판적 지적도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정성진 교수는 앨버트의 파레콘 모델과 드바인의 협상조절 모델 그리고 칵샷과 코트렐의 노동시간 계산 모델을 비교하면서 이들 사이의 장점을 추려 자신의 독자적 참여계획경제 모델을 제시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논평자인 장석준 연구자는 한국 학계에서 가장 앞장서서 참여계획경제론을 소개하고 그 문제의식을 발전시키고 있는 정성진 교수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그는 정성진 교수가 시장가격을 대신할 대안적 지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알렉 노브가 자신의 책에서 시장 가격 외의 다른 지표는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했는데,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노동시간 계산에 기반한 대안적 지표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탐구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앞의 토론과는 달리 비교적 우호적으로 논평이 진행됐지만 차이점도 존재했다. 장석준 연구자는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시장가격의 역할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표가 곧장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노동의 역할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그는 엘슨의 ‘시장의 사회화’ 모델에 주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그는 러시아 혁명의 경험에서 볼 때도 NEP 시기에 트로츠키가 당분간 계획은 시장과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말한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교수는 장석준 연구자가 시장사회주의로 경도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평자는 이런 참여계획경제 모델에서 개인의 욕망이 사회에서 재조정되는 과정의 문제, 국제적.지역적 참여계획경제의 구축 문제, 그리고 생태위기에 대처하여 생태사회주의적 문제의식의 포섭 문제를 향후 과제로 제시하며 마쳤다.

청중석의 한 사람은 정성진 교수와 장석준 연구자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한다는 점을 밝히고 2% 부족한 점을 말했다. 정성진 교수가 밝힌 케인스주의에 대해, 이들 케인스주의 경향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맥락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데, 이것까지 부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지향성을 갖는다 할지라도 진보진영은 케인스주의자들과 공동전선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도 존재함을 지적했다. 또 장석준 연구자에 대해서는 과도기에 계획과 시장이 공존할 수 있겠지만 그 과도기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NEP 시기에 대한 장석준 연구자의 언급을 지적하면서 이 당시 레닌과 트로츠키 등은 시장의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명백한 후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소개했다.

장상환 교수는 시장 가격을 대신할 지표로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자신을 시장사회주의자라고 폭탄선언(?)을 해서 좌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정성진 교수는 장상환 교수가 평소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입장이었는데, 여기서 자신이 시장사회주의론자임을 밝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성진 교수는 예전의 시장사회주의자들이 이제는 케인스주의로 ‘전향’했고 남아 있는 사람은 슈바이카르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토론은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날선 대화가 오고가는 공방전이기보다는 참여계획경제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보완해야 할 점들을 서로 논의하는 그런 자리에 가까웠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이정구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이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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