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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 임영인, 삶이보이는창, 2009/ 216쪽, 1만 원 |
평균 나이 50세가 되도록 이들중 60%는 한 번도 가족 관계를 형성해 본 경험이 없다. 18세까지 부모가 생존해 있던 사람이 43%에 불과하고 18세 이전에 취업한 이도 50%나 된다.
즉 이들은 과거의 삶이 대부분 어려웠고,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것. 여기다 IMF 구제금융, 다시 2009년의 경제위기, 자영업자 몰락, 중소기업 붕괴와 대량실업, 도시 재개발 등 '노숙'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는 이야기다.
"밥 먹는 데 돌아다니며 하루를 다 보내요. 뭔가 다른 일을 찾으려 해도 그게 발목을 잡아요. 우리가 바쁘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요?" - '우리도 바쁘게 살아요' 중에서
"호적이 없으니까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는 또다시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나는 유령처럼 살았어." - ''유령'처럼 살았던 이에게 전할 마지막 위로' 중에서
"구걸을 하는 노숙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온정으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표현했듯이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 비록 알콜중독자인 노숙인이지만 술 한 잔을 더 마실 수 있을만큼 어수룩한 구석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구걸한 돈으로 술이나 마시는 노숙인에 대해 마음이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냉정해도 됩니다. 그것도 그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요" - '돈키호테를 꿈꾼다' 중에서
천주교노동사목협의회와 10여 년간의 빈민 사목을 거친 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역에서 노숙인 사목을 하고 있는 임영인 신부는 이 책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에서 길에서 만난 노숙인들의 사연을 꼼꼼히 들려준다.
그들이 길에 나온 사연, 사는 곳, 일하고 밥 먹는 일상생활, 센터 무료진료소를 둘러싼 에피소드와 자활 과정까지 귀를 기울이다보면 노숙인이 서울역 광장의 한 풍경이 아니라 나처럼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지난 18일 서울역 노숙인들을 찾아 "왜 시설(쉼터)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물은 오세훈 서울시장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