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년이 지나 촛불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면서 이들 일부는 짐짓 냉정하게 '촛불의 모순' 또는 '촛불의 실패 원인'을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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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의 촛불>, 조정환, 2009, 갈무리. 404쪽, 1만5천 원. |
"경찰, 법정, 감옥을 잇는 국가의 물리적 폭력과 대면해야 했던 촛불은 이제 자신에 대한 정신적 환멸과 해석의 폭력 앞에 직면했다. 그 환멸의 시선과 해석적 단죄가 이른바 '진보'를 자임하는 엘리뜨들로부터 나올 때 촛불은 역사와 사회로부터 총체적으로 추방당하는 셈이다."
촛불을 사회정치적 차원과 존재론적 차원으로 나누어 본다면 최소한 존재론적 차원에서 "촛불은 영원하고 승리한다"고 자신한다. "언제나 삶을 인도하는 것은 촛불이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은 이 존재론적 촛불, 영혼의 촛불을 가시화하고 사회하는 행동이다"라는 찬사도 이어진다.
이의 근거는 이 책이 밝히고 있는대로 맑스의 노동이론, 푸코의 삶권력론, 들뢰즈의 잠재력론, 네그리의 다중론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70년대 재야운동, 80년대 민중운동, 90년대 시민운동과 다른 촛불운동의 특질을 연구한 결과기도 하다.
이는 "촛불이 폭발한 지점은 바로 이(FTA, 민영화) 자본순환의 고리에서였다. 촛불은 생명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쇠고기를 기폭제로 하여 터져나온 것이다"에서도 드러난다. 촛불봉기가 '다중이 그려내는 새로운 혁명'이라며 지난해의 촛불을 "우리는 아직 아무 것도 쟁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미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고 요약하기도 했다.
"촛불은 전 지구적 평화를 갈망하는 삶정치적 성찰의 무기이며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깃든 혁명적 불빛이다. (...) 생명이 영원한 만큼 촛불도 영원하다" 같은 애정과 희망이 일관되게 묻어나는 책.
2008년 3월부터 지난 달까지 하루하루 상세히 기록된 책 말미의 '촛불봉기 일지'도 돋보인다.
저자의 견해대로 촛불이 '혁명의 징조'이자 '자율적 봉기'이건, '실체 없는 환상'이자 '유령이거나 광기'로 불리건, 촛불 1주년인 현재에 다시금 '촛불논쟁'의 중심이 될 조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