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 동안 어느 때보다 성매매에 관한 다양한 사회적 논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논쟁은 성매매의 원인이 무엇이고, 성매매여성들의 성노동자로서 조직과 권리주장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운동할 것인가 보다는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찬/반 논쟁구도에 갇혀서 진행되었다.
성매매는 여성의 빈곤, 여성 노동의 현실, 성의 상품화, 가족 제도 하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의 성욕 등 여성일반이 겪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드러나는 복잡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가 개별행위자들의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근절될 수 있다는 현재의 금지주의 관점을 비판하고, 사회구조적인 지배, 착취, 폭력의 문제로 쟁점을 확대하고 성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측면에서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금지주의는 ‘근절’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화’하게 된다. 결국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라는 동일성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성노동자를 권리의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고, 구제하고 보호받아야 존재로 “대상화”한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 여성운동의 이러한 금지주의 관점은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에 조직된 성노동자 존재와 요구를 무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금지주의 태도를 취해왔던 여성운동의 입장은 법집행을 통해 성매매를 관리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고를 전제하기 때문에 국가의 법집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여성운동의 역할을 ‘법의 철저한 집행과 경찰의 단속강화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스스로 제한하면서 가족강화와 같은 보수주의적 반격에 취약해지게 된다.
성매매방지법은 ‘건강가족’보호법인가?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여성가족부가 진행하고 있는 화이트 타이 캠페인은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위해 제정했다는 성매매방지법의 취지에도 무색할 만큼 퇴행적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상대와 최선을 다해 관계를 하자는 것”이라며 “성매매에는 배우자에 대한 배신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족 밖의 성관계에 대한 보수주의적 관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시행된 건강가족기본법의 주무부처이기도 하다(그래서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건강가족기본법은 모든 국민은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가정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며, 모든 국민은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가족해체와 저출산이 국가 위기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발상과 같다.
국가는 이를 위해 가정을 ‘음란물, 유흥가, 폭력 등 위해 환경으로부터의 보호’하는 것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건강가족의 보호를 위해, 위해환경인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들)를 근절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가족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경제위기로 인한 가족해체의 위기비용을 가족 내 여성에게 전담하려는 시도이자, 가족제도 바깥의 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여성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운동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강력한 시행을 요구할 뿐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재개발 사업을 위한 자활정책?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의 가장 큰 성과를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킨 것”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가 범죄로 처벌되는 동안 성매매여성들의 인권과 거대한 성산업 이중적 착취 구조는 개선되었는가? 그리고 성매매 집결지의 업소와 집결지 성매매여성들의 절반으로 준 것을 성산업의 감소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눈에 잘 보이는 집결지를 집중단속 했기 때문이다. 집중단속으로 인한 집결지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은 “산업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 정도로 무시된다. 또한 부산과 인천 집결지 시범사업의 성과를 탈성매매율이 아닌 탈업소율(35%)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집결지 규모가 줄었을지는 몰라도 음성화된 성산업은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법이 경제적 빈곤으로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금지주의 접근으로는 성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과 착취, (음성화 과정에서) 인권 유린 등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금지주의는 음성화를 동반하는데 법의 테두리 밖에서 성매매를 양산하는 범죄 조직, 그와 결탁한 경찰을 만들어냄으로서 음성적 성매매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양산한다. 음성화는 단지 성매매 업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단속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여성들의 불법적인 지위로 내몰아 착취와 폭력에 취약하게 하고 성노동을 전업화시키는 폐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비판되어야 한다.
또한 집결지 폐쇄정책 추진하는 방법과 의도에도 문제는 있다. 집결지 폐쇄계획이 지역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이후 강남·북 균형발전사업의 일환으로 뉴타운사업, 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 등 도시재개발이 본격 추진됨에 따라 개발의 대상이 되는 지역 중 한곳인 성북구 하월곡동 지역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문제가 현안문제로 부상하게 되면서이다. (다시함께센터 2주년 기념자료집, 이기영 서울여성정책담당관 여성복지팀장 글)
다시함께센터는 이렇게 마련된 서울시의 성매매종합방지 대책에 따라 서울특별시의 위탁을 받아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가 운영하는 민·관 연합기구로서 2003년 9월 1일 개소하게 되었다. 서울시의 집결지 자활지원 사업은 재개발을 위한 지역철거사업 비용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것이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되면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31일 2005년 집결지 시범사업을 9개 지역으로 확대할 것임을 발표하면서 그 추진방안으로 관할 지자체 및 경찰서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단속 및 지역개발 등이 종합적으로 효과적인 집결지 정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8월 31일 여성부 보도자료)
성매매방지법은 2004년 3월 22일 국회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찬성은 단일하지 않다. 오히려 성매매방지법 추진을 주도한 여성운동은 법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서 법과 제도를 시행하고, 운동의 비판능력과 역동성을 잃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자기비판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여성부와 여성단체는 성매매방지법이 구매자, 알선자의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예전 윤락행위방지법이 성매매 여성 중심의 처벌을 중심으로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윤락행위를 방지하였던 것에 비해 그 목적과 취지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법의 취지는 어떻게 실현되었는가. 그것은 경찰의 단속강화를 통해서였다. 경찰의 단속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눈에 보이는 집결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이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 시위로 결과했다.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 시위는 성매매방지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성매매방지법은 왜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성산업에 유입되는가, 성산업이 자그마치 24조원, GDP 4%에 이르도록 거대화되고 있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성매매 근절이 구매자, 포주, (예외를 두더라도) 성매매 여성을 처벌함으로써 가능하다는 발상은 성매매 문제를 개별 당사자들의 문제로 한정해서 바라보는 것을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으로 성노동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성노동자들의 요구를 드러내고, 성매매 현장의 구체적인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기 보다는 성매매여성들은 구출되어야 하는 희생자로서만 이해되고, 성매매 현장은 폐쇄되어야 할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는 성매매 현장이 여성들의 일터이고, 숙소라는 점, 우리가 성매매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빈곤의 현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고, 법률을 통해 처벌하는 동안, 성매매여성들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이야기 할 수 없는 무권리의 상태에서 더 극단적인 폭력의 현실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성매매여성들의 시위가 촉매제가 되어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찬/반 구도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투쟁을 했던 성매매여성들은 또 다른 낙인을 경험했다. 똑같이 주장을 하고 시위를 하더라도, 하나의 목소리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경험하고 나서, 그녀들은 자신을 노동자로서 자기조직 할 필요성을 더욱더 느끼게 되었다. 이것이 성노동자 조직의 출범 배경이었다. 이제 성노동자들은 자치조직을 결성하고, 경찰의 단속과 비안간적 대우에 공동으로 저항하고, 업주와 노사협의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성노동자들의 권리와 요구를 작성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성매매방지법의 가장 역설적인 결과이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의 성과는 무엇인가
“저희 성노동자들은 단언합니다. 성노동자 운동은 빈민운동이며 사회변혁운동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오명에 시달려온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인간선언입니다.”(전국성노동자연대, 73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에 참가하면서)
개인의 인간, 시민,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권리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노동을 하는가 아닌가를 조건으로 할 수 없다. 즉 인간이기 때문에 (노동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성노동자들은 그동안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는 도덕적 단죄로 다른 노동자들이 경험할 수 없는 낙인을 경험해왔다. 성노동자 규정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동일성을 부여하고 권리의 주체가 되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돼서 자신의 현실적인 조건을 깨달아가면서 스스로 요구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것이 성노동자로서 권리 선언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예를 들어, 민주성노동자연대 경우 12대 강령에서 “성노동과 탈성노동에 관한 것은 성노동자 자신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자활정책이 경제적 빈곤의 문제, 성차별적 노동시장,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을 하는 것이다.
현재 합법적 형태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성노동자들의 자치조직을 결성한 것은 여성단체가 성매매방지법의 성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탈업소(탈성매매)율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성노동자들은 자기 권리를 인식하고 집단적인 힘을 가지게 되면서 성매매방지법 이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단속에 의한 조사 시에 경찰관들의 폭언과 차별적 대우에 저항하였고, 정당하게 다루어질 권리를 획득하였다.
한국에서 성노동자운동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는 그동안 범죄자의 신분에서 자신의 존재와 요구를 드러낼 수 없었던 성매매 당사자들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운동이며 새로운 여성운동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한국에서 성노동자운동의 이미 여성운동의 많은 것을 바꾼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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