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설마 했던 북한이 진짜로 핵실험을 단행했다. 우렁찬 목소리로 성공을 알린 여성 앵커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핵실험' 진위 여부 조차 확인하지 못한 체 미해결 과제로 남겼다. 급기야 일본에서는 진도만 놓고 '2차 핵실험 단행'이라는 오보를 쏟아내는 등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도 일어났다.
이번 북 핵실험 결과 부시 행정부는 집권 이후 유지해 온 대북 정책 실패라는 평가 점수를 받게 됐고 국제사회 내에서 ‘대화’와 ‘외교 해결’ 촉구의 압박을 받았다. 그럼에도 유엔은 미국을 위시로 한 대북 경제 제재를 공식화 해 줬고, 미국이야 ‘군사적 제재’의 카드를 성질대로 내빼고 싶었겠지만, 우선은 한 발 뒤로 물렀다. 원죄를 탓하는 국제 여론과 미국 내 이라크에 잡힌 발목 그리고 계속 신경 쓰이는 '이란' 탓이리라. 물론 이라크 전쟁을 감행할 동기의 '석유' 자원과 부수적 실익에 비해 북한에서 얻을 쾌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해 보이는 이유도 있겠지.
어쨋던 이번 북 핵실험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무현이고 가장 큰 수혜 대상은 한미FTA 인 듯 하다. 스리슬쩍 넘어갈 수 도 있을 터이니..
북 핵실험 성공 보도 이후 모든 언론이 전면을 외신들로 채워 가며 북과 미국, 유엔 안보리, 일본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4차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내용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핵으로 국정감사도 연기했다. 북핵을 둘러싸고 국회내 의원들의 어처구니 없는 쌩쑈는 계속 됐지만 그에 대한 비판이 뭍힐 만큼 북핵실험이 한국 여론의 의제를 선점한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간간히 제 2의 4.3을 초래할 수도 있을 만큼 제주특별자치도를 준 계엄 상황으로 몰아가겠다는 제주도지방경찰청의 소식을 제외하고...
한미FTA 협상이 단순히 여론의 의제에서 밀렸다는 점, 한참 한미FTA 반대여론이 치솟던 분위기에서 소강상태라는 점 외에도 우리가 긴장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 두 사건 모두 미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에서 볼 때 북핵실험이 몰고온 '한미동맹 강화'의 보수 대단결의 조류가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간층에서 양다리 걸치던 맛간 진보들에게 '미국을 버릴 수 없는 카드'라는 대세론을 다시 확인하는 재 학습 과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기본 틀에 대한 문제제기 없는 이상, 이런 분위기는 한미FTA의 여론 의제적 측면에서 불리 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협상이 몰고올 결과 보다 정치, 경제적으로 유지해야 할 미국과의 '관계 유지’ 카드에 더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한미동맹에 금가는 짓거리는 할 수 없으니 너무 크게 손해 보지 않게 협상에 정진하자는 모순된 논지 까지로 오바될 수 있다. 이는 물량공세로 쏟아내는 "더 큰 시장, 미국=기회"라는 정부 선전과 맞물려 100만배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핵은 단순히 북이 핵 무기를 소유했느냐 안했느냐의 논쟁을 넘어 한국 사회의 보수화와 친미 세력들의 급속한 대단결의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심지어 중간 진영까지 싸잡아 몰아가고 있다. '미국'을 버릴 수 없는 대상으로 확인하는 분위기, 정말 참기 힘들어 죽겠다.
2차 협상 당시 한미FTA 찬성 집회에서 금품이 살포되던 현장에서 드러난 그들의 모순이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의 보강과 한미FTA 추진의 공론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지금의 분위기 까지 이어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한미 동맹'이 뭣이든 간에, '북한이 핵을 가졌단다'라는 것과 '미국과의 동맹'을 깰 수 없다는 것 만이 뇌리에 박힐 뿐이다. 미국과의 연결 고리를 깰 수 없는 운명 처럼 한미FTA는 숙명으로 이들에게 접수 될 터다. 당연,한미FTA 저지 싸움에 절대 이로울 수 없는 지형이다. 이를 어찌 돌파할 꼬. 제주도가 이리 멀어 보일 수 가 없다.
북 핵실험의 또 다른 수혜자는 바로 이런 국면에서 왠지 궁색해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정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배째라면서 북한을 공격한다 한들 좋은 쾌가 생길 가능성 또한 0% 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논지 또한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강, 민간 교류 조차도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장관급 회담도, 남북 정상회담도 제안하며 실효성은 떨어지더라도 계속적인 노력의 제스츄어를 보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치정은 아닐지라도 반기문 장관이 어쨋든 유엔사무총장이 되지 않았는가. 뭔가 하고 있다는 생색은 계속 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미국 중심 보수 대단결의 조류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얻을 키는 한미FTA를 바라보는 대국민 반대여론을 무마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북의 핵 보유 선언과 핵실험 성공 여파에 속에서 '미국'을 봤다면 이런 조류 속에서 한미FTA에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소한 노무현 정부가 ‘개성’의 의제를 버릴 수 있는 ‘수’가 생겼다. 어떻게든 '개성'을 성과로 만들려 했지만 무로 돌린 책임은 협상단, 노무현 정부가 아닌 북 에게 있음이 분명해 지는 정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밀린 것이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대상을 버리고 BIT 부터 FTA까지 거절할 수 없다는 명분도 생겼다. 왜냐, 대상이 국제사회의 패권강자 미국이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분해도 약소국의 서럽다는 논리가 실리주의와 맞불려 빛을 발할 하반기가 예상된다.
북핵. 부시. 유엔 안보리. 오바하는 일본의 군사력 팽창 전략의 검은 속내를 확인 할 때 마다 답답하고 캄캄하다. 어쨌든 한미FTA는 북핵실험이라는 또 다른 변수로 인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주창하며 평택 주민의 삶과 땅을 빼앗던 그들의 안면몰수는 이제 북핵실험 앞에서 먹혀 버린 상황이다. 북핵에 가리워진 우리의 의제를 찾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밀려온다. 자, 어떻게?
북핵실험 이후라 해도 한미FTA를 반대해야 할 이유와 근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한미FTA는 공공요금이 폭등하고, 민중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모든 노동자들을 IMF 보다 더 심한 고용불안에 떨게 만들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에 한미FTA 협상을 넘겨줘서는 안된다. 양국 협상단이 연내 타결을 강조해 왔음을 고려할 때, 연내 라 한다면 10월, 11월, 12월 3개월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주도 협상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협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제주도 협상에 최선을 다해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그 이유는 충분하다.
한미FTA 협상을 저지해야 할 이유들을 다시 확인해 보자. 천예의 절경이라는 주상절리를 앞에 두고, 제주도 푸른 앞바다를 풍경삼아 투쟁에 나서봄이 어떨까. 더욱 짙어가는 가을 제주도의 푸른 바다, 그리고 투쟁하는 우리의 불끈 쥔 손에 걸쳐진 미래를 상기하며, 한미FTA 협상 저지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쳐보자. 제주도 투쟁, 상상만 해도 행복해 지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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