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시작하는 설레는 봄날, 설렐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은 자 누구인가
매년 3월이면 각 학교에서는 학기가 새로 시작한다. 신입생도 입학하고 학교는 늘 새로운 사람들로 넘쳐나 그야말로 설레는 봄날의 기운이 충만하다. 그렇지만 이 3월이 설렘보다는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많은 학교가 있는 만큼 그 학교를 운영하고 유지하기위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행정보조, 교무보조, 사무보조, 전산보조, 과학보조, 영양사, 사서, 과학실험보조, 조리종사원, 영양사, 청소원 등 46개 직종의 노동자들이 학교의 비정규직노동자들로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일해 왔고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어 왔는데,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2007년 이후부터는 2년마다 재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의 고용계약은 학교의 특성상 새 학기가 시작되는 2월 말이 고비가 되고 있다.
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으로 또한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시행된 무기근로계약으로 고용이 안정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기근로계약이 고용안정을 가져왔는가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속 시원히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왜 고용이 불안하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게 고용불안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자체가 고용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지만, 최근에 더 큰 문제는 제도에 의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무기근로계약에 따른 ‘인사관리 규정’이고, 또 다른 하나가 ‘비정규직보호법’ 이다.
무기근로계약이 정말 근무 종료의 기한이 없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차선의 대안으로 무기근로계약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대안이 되지도 못할뿐더러 사실 더 많은 고용불안과 더 많은 노동강도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무기근로계약 이후에 해고가 되거나 업무가 외주화 되어 고용불안이 가중된 경우도 있다. 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인사관리규정이 강화되어 불합리한 조건 속에서 일하도록 강요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무기근로계약이 된 이후에는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는 이유로 노동강도가 더욱 강화되고 고용을 제외하고는 임금, 승진 등에서 차등 적용되고 있다. 사실 정규직도 아닌 것이 실상을 들여다보면 무기근로계약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비정규직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된 41,277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기근로계약이라는 말장난에 또 한 번 속아야 했다. 취업규칙과 표준근로계약서의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교육기관(학교)소속 근로자 무기계약 전환계획 및 인사관리 규정」이 그들을 옥죄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사관리규정에는 ‘학교의 통·폐합, 휴교, 공무원의 충원, 학생 수 감소, 사업의 종료나 변경 등’의 이유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있다. 이러하기 때문에 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이 되더라도 고용불안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각 지역마다 학급수 및 학생 수 감소가 필연적이기 때문에 고용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는 2008년 안산 시곡중학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는데, 2008년 3월 이전에 전년 대비 대략 300명 학생수가 감소함에 따라 운영지원비가 연간 5,500만 원 정도 줄었다는 이유로 빈번한 해고를 단행했다. 1월 말에는 조리종사원 2명을 해고하고, 이후 회계직원 해고 및 연봉제 전환추진하고, 비정규직 영양사를 해고하고, 도서관 운영방식 변경으로 인한 사서도 계약해지 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교육부 예산 지급 기준의 하나인 학급총량제에 따라 2012년까지 서울에서만 2,553개, 전국적으로 2만 3천여개의 학급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2년 안에 또다시 불거질 것이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독소조항은 근무성적평가 결과에 따라 일방적으로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이다. 학교 비정규직의 업무 특성상 근무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러한 조항을 두는 것은 사실상 노동권의 침해이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근로계약이라는 이유로 강도 높게 관리하기 위함이다. 직무지식, 업무능력, 책임감, 협조성, 친절도, 청렴도, 성과달성도 등이 구체적인 근무성적평가의 항목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 판단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비정규직들의 경우 대부분의 근무에 대한 평가자는 직속부서장이나 학교장인데, 이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고용이 좌우될 소지 역시 빈번히 등장하기도 해서 여전히 고용 문제는 불안하다.
비정규직보호법,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말 보호했는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느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소위 비정규직보호법에 의해 또 한 번 고용불안을 겪는다. 2007년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알려진 비정규직법의 폐해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몰려왔다. 2007년부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도 빈번한 해고가 있었다. 십 수년간 계약서 한번 쓰지 않고 일해 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전국적으로 엄청난 수의 노동자가 계약해지 되었고 투쟁하면서 복직하기도 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제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기간제 노동자들도 반복 갱신된다거나 장기계약직으로 일한다거나 하는 경우를 볼 수 없게 되었다. 2년을 단위로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2년마다 주기적인 해고를 당하고 사는 파견노동자들의 삶을 10년이 넘게 바라보면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성이다. 파견노동자들이 2년마다 해고되어 불안하게 살아가면서도 언제부턴가 파견노동자의 삶은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도 이제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전에도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진행될 주기적 해고의 양상을 그대로 체화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되는 것이 문제이다.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1998년 시행된 파견법은 오히려 파견노동자의 고용 및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고, 파견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어서 나타난 결과는 파견노동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1년이라는 사실이다. 계속적이고 상시적인 해고의 양상을 시스템화 시키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자체가 문제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이러한 사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2007년에서부터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해고가 빈번히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고용불안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희망의 봄을 되찾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법으로, 무기근로계약 전환 이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으로 절망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3월 이전에 계약여부가 다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비정규직법과 인사관리규정의 독소조항은 재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희망의 봄, 설렘의 봄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동기본권이 지켜지고 인권이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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