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노동자들에게 노동권은 둘째치고라도 인권이라는 것이 있는가?
우리사회는 어린이집선생님을 무엇으로 보는가. 아동권은 있는데 인권은 없는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해서 우리를 일할 수 있는 아이로 보는가. 영유아발달론과 유아교육론을 수학한 뒤 나름의 꿈을 갖고, 어린이집이라는 현장에서 발달에 적합한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한 수많은 보육교사들은 단순히 애보는 사람 취급당하는 이 현실이 원망스럽다. 돈 몇푼에 인권을 내어줄 사람이 있을까. 내어준다고 한들 그 가슴속엔 생긴 한숨과 응어리들은 서로 섞여 단단한 돌이 되어 자기 살에 상처를 내며 굴러다닐 것이다.
그동안 어린이집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명감만으로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올꺼야’라는 희망을 갖고 많은 어려움들을 감내해 오며 일해 왔다. 하지만 그 희망이 점점 절망으로 바뀌어가는 요즘이다. ‘어린이집’이어서 그런지 성인을 위한 ‘공간’과 ‘먹을거리’와 ‘갖가지 요구’는 있을 수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시설장의 사람 됨됨이가 그나마 낳기 때문이다. 나는 보육교사로 살아온 8년간 이렇게까지 내가 선택한 직업을 괴롭게 생각 본적이 없다. 바로 서울형어린이집인증으로 생겨난 보육실내 CCTV설치와 IPTV중계 때문이다.
불안한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어린이집내 급식과 간식 비리와 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이슈화 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조치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군중심리로 올라탔다. 하지만 보육교사는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상황에서 심각한 자괴감을 느끼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고통으로 어린이집을 그만두길 결정하고 있다. 그 결정을 향한 손가락에는 ‘얼마나 자신 없으면’이라는 비난이 묻어있다. 물론 보육시설에 만연되어 있는 비리와 폭력적인 언행들은 당장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영유아의 발달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런 비리와 폭력들이 생겨나고 끈임 없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원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때문에 원인제거 보다는 범법자 처벌과 노동자 감시통제라는 손쉬운 조치들만 대안이 되니 이러한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IPTV중계’ 라는 조치는 아이디와 비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아동과 보육교사들을 지켜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이름, 얼굴, 목소리, 신체적 특징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오히려 범죄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아동의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역시 교사로서 먼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보육교사의 경우는 어떨까? 아이들의 고유하고 개별적인 요구에 집중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평가받을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상태해서 보육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보육의 질이 진정성 있게 향상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육의 주체인 보육노동자와 부모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이러 과정속에서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보육의 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보육노동자의 요구와 부모의 요구가 다르지 않음을 서로 알게 될 것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변화를 요구해야 하는 이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보육교사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끔 되어 있는 사회분위기라는 것이다. 보육교사들은 늘 100% 수용해야하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를 정당하게 주장하기 힘든 심리상태에 머문다. 그나마 목소리를 내면 ‘불만만 많은 교사’,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교사’가 되고 시설장, 동료, 부모들로부터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IPTV설치 과정에서 교사들의 동의를 필수로 해 놓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용기 있게 이견을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시설에게는 보조금 지급과 관리감독의 유리함이라는 미끼를 물게 해놓고 교사에게는 고용유지와 채용을 담보로 동의를 강제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IPTV설치 여부를 어린이집 평가기준의 가장 큰 점수로 배정한 종로구청의 서울형어린이집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그녀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취지를 이해하시고 선생님이 협조하셔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정말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많은 상념에 묻히게 되었다. 그 어떤 노동자가 자신의 일하는 머리 위에 CCTV를 설치해서 IPTV로 관련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가정에서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가 있을 경우 그 가정집에 CCTV를 설치해서 아동을 학대하는지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면 그 누가 그 취지를 이해하고 받아 드릴 것인가 말이다. 그런데 보육교사에게는 그것을 참아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마땅한지 묻고 싶다.
왜 많은 사람들이 보육교사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가에 대해 따지고 싶은 맘은 일단 접기로 하겠다. 우리는 아직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존재,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노동자다. 이 아이들은 미래의 주역이기에 개별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와 격려를 충분히 받으며 자라야 한다. 자신이 매우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동시에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더불어 사는 것이 왜 중요하고 그 가운데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있는지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노동자로 살고 있다. 이런 노동을 하는 사람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를 정말 너무 힘들게 한다. 결국 우리의 힘든 노동환경은 이런 사실을 자꾸 잊게 하고 객관적 사고 판단에 오류가 생기하고 감정이 이성을 앞지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게 하는 이유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일하는 부모들의 아이들에게서 부모들의 조건으로 인해 그 시기에 받아야 할 다양한 기회와 자극들이 박탈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판단해서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이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린이집교사들은 부모들과 평등한 관계에서 상담을 하기 힘들어졌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이유 불문하고 죄지은 사람마냥 굽실거리며, 보호자의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해야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부모들은 보육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들고 있고, 교사들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마치 자신들의 요구만 생각하는 부모들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보육노동자와 부모가 만나 한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는 보육에 대한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때문에 대립구도를 꾸준히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고객의 물건을 잘 보관하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노동조건을 거부한다. 이 거부는 아이들과 부모들과 노동자들을 위한 거부이다. 그것의 시작이 CCTV와 IPTV설치 반대인 것이다. 보육현장에 CCTV를 내리고 아이들에게 관심과 돌봄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인력확충, 보육활동에 대한 교사-학부모간 충분한 소통과 이를 통한 신뢰구축이 본질적인 대안임을 알려 나갈 것이다. 교사와 영유아의 유일한 생활공간인 ‘보육실 IPTV 생중계’가 갖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모두 같이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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