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정진후 집행부는 교원평가 법제화를 코앞에 두고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제안한 교원평가 법제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6자협의체)를 덥석 받아 안았다. 협의체에 참가하여 교육개혁 대안을 제기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비난여론을 불식시키고, 어차피 법제화 될 교원평가 법제화 내용 중 인사와 연계되는 독소조항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협의체 참가를 선포했다.
그동안 교원평가 반대 투쟁은 거의 하지 않다가 법제화를 앞둔 시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협의체에 참가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언론을 통해 협의체 참가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11월 7일 ‘교원평가 협의체 참가 대의원대회’를 소집한 것은 대의원을 우롱하고 협의체 참가에 찬성하라는 협박으로 들린다. 협의체 참가는 교원평가 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독점하고 교원을 통제하려는 정권과 자본에 굴복하는 길이며, 결과적으로 40만 교원과 전교조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내몰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지배권력과 자본이 벌이는 사회적 협의체의 본질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배권력과 자본은 소위 국가 차원의 주요 정책현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풀어간다는 명목으로 노사정위원회(노사정)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였고, 논의 결과는 언제나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이었다. 왜냐하면, 사회적 협의체는 노동자를 회유하고 통제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지배 권력과 자본의 놀이판으로 언제나 노동자는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틀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이해를 관철해야 한다’는 논리로 노사관계개혁위원회(김영삼 정권)에 참여했지만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 개악 기도를 막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 합의’의 명분을 주어 정권과 자본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노동법을 개악하는데 일조했다. 소위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적극 참여하였고, 결국 기대했던 정권으로부터 받은 것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정리해고 법제화와 변형근로제, 그리고 근로자 파견제도였던 것이다.
교원평가는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40만 교원에 해당하는 문제다.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에서 제안한 6자협의체의 목적이 무엇인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교원평가 법제화’ 문제를 ‘사회적 합의’의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수순을 밟기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6자협의체 참가는 교원평가 법제화를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로 상반된 내용은 합의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6자협의체 참가는 약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노사정에 참여했던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나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정권과 자본은 이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로 밀어붙였다. 전교조 집행부가 참가하고자 하는 6자협의체도 본질상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IMF시기 신자유주의 개혁(자본의 폭력)이라는 논리로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되었고, 교육계에도 나이 많은 교사 1명이 나가면 젊은 교사 두 세 명을 쓸 수 있다는 논리로 정년을 단축하였다. 이때도 전교조는 정년단축에 찬성하는 국민여론과 시민단체를 들먹이며 겉으로는 정년단축을 반대하면서 속으로는 정년단축에 찬성하였다. 스스로 제 발등을 찍었다.
교원평가를 실시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지배 권력과 자본의 논리 앞에 전교조는 교원평가 반대를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20년을 반성하면서 제2참교육 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현 집행부는 교원평가 법제화가 결국은 참교육조차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원래 경쟁과 평가 이데올로기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윤추구를 생명으로 하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닌 권력과 자본의 세상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통제기제가 바로 경쟁과 평가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교원평가제가 도입되면 교원능력이 향상되고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미 교원평가제를 도입했던 영국, 미국, 일본의 경우 모두 교육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되어 공교육이 무너져 오히려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 교육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은 소위 일류대학 중심으로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위해 사교육비를 투자해도 부자들을 따라갈 수 없고, 학생들은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대학서열체제를 깨는 일이 바로 살인적인 입시경쟁을 없애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은 교원평가나 일제고사와 같은 경쟁시스템이 아니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교육자치, 그리고 무상교육 실시를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전교조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은 교원평가 법제화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교사대중의 분노를 조직하는 것이지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대의원까지 6자협의체 참가의 들러리로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6자협의체 참가는 명백한 교원평가 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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