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감호제로 다시 시끄럽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항거를 통해 2005년 8월 어렵게 폐지된 대표적인 반인권 제도 ‘보호감호’. 법무부가 이를 다시 부활시키려 한다. 이미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엄중 격리하기 위해 전자발찌 소급적용이나 과도한 형기 상한 조정 등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하고도, 반인권·위헌논란으로 25년 만에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호감호제도의 역사
보호감호는 상습성이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을 형벌 집행과 무관하게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제도이다. 근대시민사회에서 상습적인 재산범죄가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사회방위와 교정이데올로기 명분으로 고안된 것인데, 영국에서 처음 시행되었다. 그런데 영국은 피보호감호자(보호감호처분을 받은 사람) 대다수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무능력한 자들로서 경미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불량자들임을 확인하고 1967년 보호감호제를 폐지하였다.
우리 경우는 어떤가?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 찬탈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고자 60,755명을 검거하여 삼청교육을 실시했는데 삼청교육의 만료시한이 다가오자 이들의 사회 복귀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보호감호제도이다(사회보호법에서 규정). 이러한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신군부는 그 대상자들을 최대한 위험한 인물로 묘사했고, 국민들에게는 범죄에 대한 과도한 증오심과 그러한 위험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비인간적인 처우도 용납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다. 피보호감호자들이 일반 교도소보다 더 열악한 구금시시설에 격리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보호감호제도는 이렇게 태생적 한계만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보호감호제도의 문제와 폐지 경위
보호감호는 20년 이상 운영되면서 우리 사회에 성가신 사회 부적응자와 무능력자들을 일정 기간 격리하는 기능을 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도 그 내용이 입증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실태 조사 후, ‘많은 수의 피보호감호자가 불우한 환경으로 청소년기시기부터 누적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수회의 전과가 있지만 단순 재산범인 경우가 많고, 이들의 범죄성향도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피해 정도도 경미하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보호감호는 격리를 통해 피보호감호자들을 더 도태된 인간으로 만들었다. 2002년 다수의 피보호감호자들이 보호감호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며 집단 단식 농성을 하였다. 당시 그들이 제기한 문제 중 하나가 사회정착금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근로보상금이었다. 몇 년 동안 교도소와 보호감호소에서 일을 해도 가지고 나가는 돈이 몇 십만 원 밖에 되지 않은데, 대부분 돌아갈 가족도 없고 ‘청소보호감소 출신’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실제 출소 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재범’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호감호는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중처벌금지 원칙(‘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명백히 위반된 것이었다. 보호감호는 징역/금고형과 마찬가지로 피보호감호자를 일정 공간에 격리하고 편지, 전화, 접견, 운동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여, 말이 ‘보안처분’의 한 종류이지 실재로는 ‘형벌’ 그 자체였다.
이처럼 보호감호는 제도 자체가 갖던 문제와 집행상의 반인권적 처우 때문에 끊임없이 위헌논란을 일으켰다. 목숨을 건 많은 사람들의 투쟁, 특히 2002년부터 시작된 피보호감호자들의 집단 단식과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연대 활동으로 만들어진지 25년만인 2005년 8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 당시 작성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보고서에도, ‘보호감호가 사회보호 목적을 위해 피보호감호자를 사회와 단절되어 수용하고 사회와의 교류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상 형벌보다 차별화된 재사회화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처음부터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법무부는 보호감호제도 폐지의 주된 반대 논거로 범죄 급증을 들고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 조직범죄과」가 분석한 흉악사범(흉악사범이란 살인, 강도 및 특정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에 규정된 범죄, 보복범죄, 특수강도 등을 포함) 추이를 보면, 오히려 피보호감호자 가출소를 확대한 2003년 이후의 흉악사범 비중이 1999년보다 훨씬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보호감호제도 폐지로 흉악사범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찾아볼 수 없음).
그러나 국회는 2005년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면서 ‘보호감호제도 폐지에 따른 민생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성폭력범죄와 상습절도를 가중 처벌하는 두 개의 형사특별법을 개정하였다.
현재 논의 대상이 되고 있는 보호감호제도의 맥락
많은 논쟁을 남기고 폐지된 만큼 재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2008년 아동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재도입 여부를 검토하더니, 최근 부산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호감호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이전 청송보호감호소를 다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 보호감호제가 폐지된 2005년 이후, 이를 재도입할 특별한 이유라도 생긴 것일까? 위 대검찰청 통계에서도 보여주듯이 보호감호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흉악범죄가 급증한 것도 아니다. 더구나, 사회보호법을 폐지하면서 ‘민생치안에 대한 불안감 해소’라는 명목으로 성폭력범죄와 상습절도를 가중처벌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부산 성폭력 사건 이후에는 성폭력범죄 예방과 ‘엄중한 형사처벌’을 위해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징역형의 장기형을 늘리는(장기를 15년에서 30년으로 늘림. 형을 가중하여 선고하는 경우에도 이전에는 최고 25년까지 선고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음) 방향으로 형법을 개정하였다. 상습 아동 성폭력의 경우에는 이제 징역 6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국내에서 누범과 상습범 가중 규정이 있기 때문에 보호감호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법무부는 흉악범죄에 대하여만 누범과 상습범 규정을 폐지하고 보호감호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미 성폭력 등 흉악범죄에 대해 거의 종신형에 가까울 정도로 법정형을 늘려 놓았음에도, 형법 체계의 일관성도 무시하면서 형벌과 다를 바 없는 보호감호를 다시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호감호’가 갖는 정치적, 사회적 함의가 무엇이길래 법무부는 이미 시끄럽게 폐기처분된 제도를 다시 살리려고 하는 것일까?
보호감호제도의 역사 그리고 성폭력 등의 흉악범죄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대응들을 보면, 권력은 특정범죄 가해자를 우리 사회 고위험군(또는 공공의 적)으로 규정, 분류하고 사회 불안의 책임을 이들 개인에게 돌려왔다. ‘보호감호’는 바로 이러한 규정, 분류에 적합한 기제로 사용되어 왔다.
이렇게 규정, 분류된 사람들은 어느 청송보호감호소 출신자의 표현처럼 ‘너무나 멀기 만한 이질적인 집단’이고 ‘사회로 나오는 것보다 차라리 높은 담장, 철탑 우리 내에 가두고 그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자 ‘사회적 쓰레기’이며, ‘제도적 부당성을 합리화하는 수단’ 이고 ‘탈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제 고위험군(공공의 적)은 전두환처럼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정치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공의 영역에서조차 경제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도 효율적으로 사회 불안을 설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위험군의 규정과 배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법무부는 사실상 무의미하고 이미 실패한 보호감호제도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과 배제 속에서 그 대상은 인권을 빼앗긴 채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며, 규정과 배제의 범주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거나 기존의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보호감호는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보호감호소 출소자의 표현처럼 사회 쓰레기라고 규정짓고 그들을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이때, 과연 사회 쓰레기가 되어 배제당하는 것은 누가 될 것인가. 보호감호라는 임의적인 처벌은 새로운 쓰레기를 계속해서 찾아다닐 것이다. 결국 쓰레기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그 피해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호감호가 가진 다양한 문제점들은 형사처벌 시스템이 피해자 인권의 범주를 넘어 인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함의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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